7월 ‘돌곶이생활예술문화센터’

‘돌곶이생활예술문화센터’는 이승희(이하 승희) 센터장님과 이현, 곽진무님(이하 진무)이 상근하고 있는 석관동 돌곶이역 인근의 센터이다. 8월 11일이 정식 개소이지만 테라리움, 액체괴물 제작, 해킹 이케아, 코코코딩, 요리왕 등 여러 워크숍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 돌곶이센터의 승희, 이현과 무엇을, 어떻게 하는 곳인지에 대한 생각과 미션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돌곶이센터는 잘 갖춰진 곳이다.  

 

 

– 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현) 돌곶이센터는 개인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만들기를 위한 공유공간입니다. 현재 3명의 기획자가 상근으로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배경의 운영위원들이 함께 하고 계시죠. 성북신나 조합원도 몇 명 있답니다. 서로 조금씩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오히려 그게 다채로운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돌곶이센터를 준비하면서 나온 이야기 중에 “무엇이든 만들고 싶다면 돌곶이센터로”와 “손끝에서부터, 동네에서부터”라는 말이 나왔는데 저는 이 말을 좋아해요.

(승희) 지역에서의 MAKERS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들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어요.  4차산업혁명이다 해서 제작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돌곶이센터가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서 생기진 않았잖아요. 그렇지만 저희가 생김으로 뭘 만들거나 제작 하려고 할 때, 워크숍 같은 것을 구상하거나, 이야기를 전할 때, 좋은 공간이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하나 정도 생겼다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 공방의 네트워크를 돕고, 주민과 접점이 생기게 돕는 것이 돌곶이의 미션 중 하나예요.  

 

-모든 만들기를 다루는 곳인가요?

(승희) ‘만들기’, ‘제작’하면 손으로 하는 목공, 바느질과 MAKERS라고 해서 기계나 회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은데 저희는 그 둘을 연결하고 싶어요. 그리고 실제로 만들기라고 했을 때 이야기가 안되는 영역을 보강하거나 위로 올리는 작업을 하고 싶고요.

(이현)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다른 공간은 주로 소재별로 배치되어있잖아요? 예컨대 목공소, 가죽공방이란 식이죠. 이들은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기르기 적합한 곳들인데요, 우리는 삶에 어떤 필요를 느끼고 문제를 발견해서 만들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기술들 위주로 다루려합니다.

 

-개인 소개도 부탁드려요.

(이현) 먼저 외부 일정으로 이 자리에 없는 진무 씨부터 소개드릴게요. 그동안 다양한 현장에서 영화와 연극 활동을 해오셨고, 올해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을 통해 예술 강사로 파견 나오셨어요. ‘만나텃밭’과 시설 운영을 담당해주셨고, 자전거 수리 공방과 하모니카 워크샵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굉장히 책임감 있고 부드러운 분입니다.

(승희) 저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고요. 오랫동안 ‘문화연대’라는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했습니다. 시민들의 창의성개발, 감수성 높이는 워크숍 같은 것을 했었어요. 활동하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단기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대한 헛헛함과 매개자가 갖는 소진됨을 많이 느꼈어요. 공간을 기반으로 관계를 쌓아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이현) 저는 기획자입니다. 돌곶이센터 바깥에선 기획자 콜렉티브 ‘개방회로’, 청계천 기술문화 연구실 ‘타원형’, 디제이 크루  ‘노바디노즈’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여러 경험이 돌곶이센터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돌곶이센터의 정식 명칭이 ‘돌곶이생활예술문화센터’인데요, 생활센터, 예술센터, 문화센터 각각도 말이 되는데.. 너무 큰 범위인 것 같은데. 인터뷰를 하다보니 셋의 교집합을 다루는 곳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지만, 명칭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승희) 이름에 관련해서는 생활, 예술, 문화 다 다루면 좋겠지만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는 그냥 돌곶이센터라고 부르거든요. ‘생활문화예술’ 이런 것 떼고 저희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걸 생각하고 있어요. 거창하게 각 영역의 전반을 다루는 센터가 되겠다는건 아니지만 “손끝에서부터, 동네에서부터” 시작하는 아주 작은 기술에서부터 예술적인 것을 포함하고 모아지는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현) 생각해보니 해왔던 프로젝트마다 생활, 예술, 문화에 가까운 정도가 조금씩 다르네요(웃음). 사실 생활, 예술, 문화라는 구획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도 바깥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은 뭐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잖아요?

 

-이 주변에 제작을 하는 주민들이 많은 편인가요?

(승희) 제작하는 주민은 별로 없지만 가죽, 목공, 봉제 등의 공방이 있어요. 저희가 공방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크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반기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어요. 하반기는 공방과 연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이현) 꼭 공방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도, 저는 우리 모두가 저마다 제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묶이거나 이름지어지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가 기획하는 프로젝트들은 함께 혹은 조금 다르게 만들어보지 않을래라고 부추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동네에서부터’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한편으로는 드는데, 이 동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계시는 중인가요?

(이현) 석관동에서 8년을 머물렀지만, 파악까진 못하고 있어요. 그 전에 지역과 주민이란 개념 자체가 참 어렵게 느껴져요. 노동자, 성소수자 같은 말들은 쉬이 이해가 되는데 말이죠.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지역과 주민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지역 주민’을 무색무취의 평이한 사람이라고 전제해버리는 실수를 한다고 느껴요. 그런데 실제로 그 ‘지역 주민’이란 존재들과 말을 나눠보면, 저마다 개별적인 취향과 성향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유령 같은 지역 주민이란 가상의 주체를 상정하고 워크샵을 기획하기 보다, 반대로 워크샵을 통해 주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말하자면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만든다기 보다, 접점을 통해 지역 공동체’들’을 꾸려가려 노력합니다.

 

-요즘 지역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은평구에 사는 저나 성북구에 사는 옷장이나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원두나 비슷 하거든요. 뭔가 지역이 특색을 가진게 아니고 지역은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공통된 지향이나 취향이나 가치들이 더 공동체로 묶어주는 것 같아요. 공감이 되는 답변이네요.

(승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지역 주민의 감수성을 향상시킨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건지 의문이 있어요. 지역 주민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왔다갔다하는 열명, 스무명, 백명은 소수니까요. 

(이현) 한편 지역을 새로이 구획하고 정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통의 무엇을 염두에 두며 지역을 마치 하나의 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서로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선들을 그으며 지역이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승희) 그래도 지역 주민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거나 여길 작업장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어떻게 돌곶이화해서 받아들이고 그걸 외부로 알릴 때 단순 기술(記述)이 아니도록 알려드리는게 필요하겠죠.

 

-그렇네요. 아까 여러가지 워크숍을 진행하셨다고 했는데, 돌곶이센터에서 하는 워크숍들이 특히 재밌는 것 같아요. 어떻게 기획을 하시나요?

(승희) “뭐 하면 재밌을 것 같다. 해보자!” 하고 제안하는데요, 돌곶이센터의 강점, 장점이랄게 기획하고 실행 사이가 짧은 거예요. 보통 기획하고 실행 사이에 기획안 쓰고, 될지 이야기하고, 홍보하고 하는 중간 과정이 길고 막상 실행은 짧잖아요. 실제로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의 과정, 이야기, 결과를 확산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그 중간 과정이 짧으니까 기획자나 매니저 같은 중간 사람이 소진되지 않고 끝까지 다같이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획할 때 일반적인 문화센터에서 하는 그림그리기 그런건 하지 말자는 생각이 커요. 어떻게 다르게, 손끝의 감각을 살려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이현) 구비(區費)로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명시화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는 일은 물론 무척 중요하죠. 하지만 시험 문제처럼 참여자에게 출제의도를 맞춰보라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꾸릴 계획은 없어요. 돌곶이센터의 지향을 사람들이 발견하든 못하든, 프로젝트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순간 이미 프로젝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 자체가 가치라는 말과는 조금 다른데요. 사회적 가치가 없는 걸 할 때, 사람들은 재미보단 모종의 허무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잖아요? 정말 재밌는 활동은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어떤 가치를 품고있다고 생각해요. 정밀하게 기획해서, 기대효과를 가시적으로 성취하는 사업도 있겠지만, 기획서에만 머리를 박고 있다보면 자칫 프로젝트 본연의 재미와 가치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기획서 쓰는 일을 무척 좋아하고, 우리는 아카이빙도 열심히 한답니다.

 

-재밌는 아이템을 발견했어도 그걸 어떻게 다르게 풀어볼까를 생각하는건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는 거예요?

(이현) 창의력이란 세상에 없던 걸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말이 있어요. 코코코딩 첫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한 ‘김밥코딩’을 참신하게 봐주시는 분이 많으신데요, 저희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Exact Instructions Challenge’ 영상을 보고 이를 코딩이랑 연계해서 생각했을 뿐이에요.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특히 기획자라면 잘 해야 하는 일이죠. 다만 저희는 남들보다 조금 걱정이 없을 뿐입니다. ‘지역 주민’이 좋아할까 혹은 이런 걸로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더라면 시작도 못했겠죠.

 

-그럼 액체괴물, 요리, 코딩, 텃밭, 인문학책읽기, 드로잉, 테라리움 등 진행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승희) 개인적으로 제가 좋았던 프로그램을 뽑자면 <덧붙이고 떼어내고, 시도하고 해킹하는 제작워크숍>이에요. 해킹 이케아라고 해서 이케아에서 사온 조립식 가구의 쓰임을 좀더 다르게 한다거나 저희에 맞게 고쳐서 쓰는 워크숍이었어요. 순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이런 워크숍을 계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의 정형화된 물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있는 것을 다시 필요로 하는 다른 걸로 만드는 워크숍. 또 자기 재료를 가지고 만들면 자기가 가져가는 제작 워크숍이 아니라 제작을 배우면서 만든 물건을 같이 사용할 공간에 두고 계속 와서 작업품들을 같이 쓰는 부분이 좋았어요. 확실히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계속 오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다른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다시 쓰이는 ‘그런 제작’을 하고 싶어요.

(이현) <덧붙이고 떼어내고, 시도하고 해킹하는 제작워크숍>에 참여했던 분들은 워크샵이 아니라 워크였다며 힘들었다고 토로하셨어요(웃음). 그러시면서도 예정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작업을 붙들고 계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참여자가 자기가 사용할 공간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참 좋았습니다.  제가 하나를 꼽자면 <코코코딩>이 아닐까해요. 저는 이전에 했던 사업보다 앞으로 할 사업에 관심이 더 많아요. 그리고 <코코코딩>은 말하자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신출내기 모험가이니까요.

 

-아까 처음 오셨을 때 지역 공방 인터뷰를 하러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생각이 있으셨던 건가요?

(승희) 제작이 화두인 공간인데, 주변 공방/제작소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정도는 우리가 알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만들기/제작을 하고 있고 문제점이나 뭔가 공공의 공간과 협업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를 찾아보는게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1층의 공간이 제작공동작업장으로 쓰일 텐데 누군가가 와서 작업을 할 수 있게 알아봐야 하고요.

(이현) 이주민이 정주민에게 떡을 돌리듯, 저희는 지역 공방에 관심이라는 떡을 돌린다는 기분으로 <탐방공방>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떡을 나눠준 빈 그릇에 기대라는 더 큰 아이스크림을 받아온 기분입니다. 녹기 전에 빨리 먹어야겠어요(웃음). 공방들에겐 기술력이 있고 저희에겐 홍보와 기획력이 있죠. 힘을 합쳐 좋은 열매를 땄으면 합니다.

(승희) 인사했을 때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앞으로 우리가 공방의 역할을 할 필요는 없고 주변의 공방이 개별적인 개인의 작업물로 있지 않도록 공방을 묶어주거나 공방이 더 생길 수 있도록,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여기 와서 배우는게 아니라 공방에 가서 더 배워서 만들기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겠죠.

 

-석관동이 아주 재미있어 지겠네요.

(이현) 이미, 이미 재미있는 동네입니다. 돌곶이센터는 다만 그 재미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소개하는 공간이 아닐까해요. 저희는 장진우나 익선다다와는 달라서, 죽은 동네를 살리는 능력 같은 건 없거든요.

 

-센터 운영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현) 사람이 모자라요. 30평 면적에 지하까지 총 3층규모인데, 세 명이서 사업비 없이 기획, 섭외, 디자인, 홍보, 진행, 운영, 시설관리, 대외협력, 회계 등 모든 일을 하려다보니 힘에 부칩니다. 그러니 나중에 이 인터뷰를 볼 여러분들이여, 우리의 동료가 되어라!

 

 

서로를 제한하고 검열하지 않는 자유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신뢰. 공간을 중심으로 쌓이는 시간과 경험, 관계들. 재미와 재미, 공방과 공방, 공방과 주민,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돌곶이센터를 응원한다. 돌곶이센터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가까이 했을 때 더 많은 아름다움이 있다. 와서 맛보고 즐기시라.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