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잼있는인생’

“제주도에 가면 돌을 바다에 방파제처럼 쌓아 놓잖아요. 돌을 얼기설기 쌓아놔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 대요. 바닷물이 그 사이를 빠져 나가거든요. 그런데 방파제는 오히려 너무 많은 것들을 막아 놓아서 정말 큰 파도가 오면 무너지죠. 저는 제주도 돌담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얼기설기 빈틈이 있지만 큰 파도에도 넘어지지 않는” 잼있는인생’은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잼을 파는 브랜드이다. 창업한지 4년이 된 ‘잼있는인생’의 고민은 무엇이고, ‘잼있는인생’을 창업한 이예지 대표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 ‘잼있는인생’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예지) ‘잼있는인생’은 인생이 노잼이라 잼을 팔자는 데서 시작한 말도 안되는 회사고요. 말도 안되는 시작에 나름의 제 전공인 브랜드를 쌓아 올려서 비지니스 모델이 미약함에도 오래 살아남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어떤 분들이 ‘잼있는인생’에 함께하고 계신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예지) 저는 창업주고 ‘잼있는인생’이 살아갈 수 있도록 연명시켜주는 사람이고요.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최광래님과 박태준님은 연명하고 있던 <잼있는인생>을 사람구실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배수정 공장장님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과 발의 역할을 하고 계세요. 4월 중순부터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던 ‘잼있는인생’이 호흡기를 떼고 사람구실 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 비지니스 모델이 약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지) 네. ‘잼을 팔아서 수익을 얻는다’ 너무 1차원적인 산업이잖아요. 대부분 창업이 사업을 보고, 사업 시장을 보고, 그 다음에 전략을 세우거나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거기에 브랜드를 얹잖아요. 저희는 그 순서에 따라 한게 하나도 없어요. “노잼이니까 잼을 팔아볼까?”하고 컨텐츠랑 아이디어만 접목시켜서 했어요. 사례 들기에 좋은 케이스죠. 브랜드가 중요하지만 브랜드만 만들면 이렇게 된다는 뭐 이런 사례 있잖아요.

 

– 나름의 체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예지) 어느 쪽이랑 비교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이쪽 시장의 다른 분들이랑 비교했을 땐 회사같은 면이 있죠. 나름 날고 긴다하는 친구들이 와서 체계를 잡아준 것도 있고, 저희만의 계산법도 만들었고요. 다른 집들은 평범한 것들도 안하는 곳들이 많거든요. 원가 계산이나 정산도 안하는 곳이 많아요. 근데 저희는 그렇진 않아요.

 

– 초기에 같이 잡아주셨던 분들은 어디 계신가요?

(예지) 그분들은 좋은 곳에 갔어요. 저희 회사의 모토가 ‘나답게 살자’거든요. 재밌는 인생이 뭔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자신이 누군지 알고,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걸 알고, 실천하면서 사는게 재밌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기에 나는 누구이고, 뭘 잘하고, 재밌는 인생 안에서도 내가 가야할 방향과 길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많이 했었어요. 그분들은 그렇게 찾은 원하는 길로 간 거죠. 그리고 사실 일이 힘들어요. 브랜드 일이 재밌어서 들어왔지만 한 달 내내 집에도 못가고 포장하는 작업만 하다보면 회의감이 들잖아요. 이러려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유학하고, 회계 자격증 따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래도 다들 일 년 넘게 했으니까 오래 한 편이에요.   

 

– 예지님이 워크숍을 통해 찾은 모습은 어떤가요?

(예지) 저는 인생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잼있는인생’을 창업했지만 창업가라고 하면 꿈과 희망에 차있고 욕심많고, 확신에 차있고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제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그 영역에서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가장 큰 재능(브랜드, 카피, 컨셉 만드는 것)을 썩게 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잘 사는 걸 원하는 사람이에요.

 

– ‘잼있는인생’을 하다보면 ‘적당히’가 안 될 것 같아요.

(예지) 맞아요. 그리고 제가 못하고 싫어하는 일을 너무 많이 해야돼요. 저는 창업가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창업하고 몇 년을 지켜왔으니까 아예 안 어울린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제가 가진 역량은 경영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걸 하면서도 확실히 느낀 건 같은 하나라도 다른 시선으로 풀이하거나 포장하는 것에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경영 잘 하시는 분은 업무 배치도 잘 하고, 회사가 굴러갈 수 있는 구조를 잘 만들지만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한 감각이 없을 수 있잖아요. 저는 경영에는 역량이 별로 없지만 대신 같은 걸 만들어도 독특하게 주목 받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같이 만나서 경영 쪽 역량이 있는 사람은 회사를 운영하고 저 같은 사람은 아이템 개발하고 해야 하는 것 같아요.

 

– 그러면 잘 만들어진 회사에 브랜드팀이나 홍보 팀으로 들어가는 쪽이 더 예지님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잼있는인생’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지)  4월 중순에 같이 하던 분이 몸이 아파 그만둘 때는 같이 하던 친구들도 그만두는데 내가 왜 이걸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저의 자유와 행복인데 너무 어긋나잖아요. 많은 생각을 했지만 제가 만든 자식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요. 여기서 여느 중소기업에서도 배우지 못할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회사가 프로세스는 뛰어날 지 몰라도 저는 업계에 없는 상태에서 부딪혀 봤으니까요.

– 신나지에 초기에 인터뷰하신 걸 봤는데 너무 밝고 희망차더라고요. 창업 초기의 패기 넘치는 시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예지) 저 자신은 체력적으로 지쳤을 뿐 변한 건 없어요. 그렇지만 창업 초기에는 조금 당당하고 밝은 척을 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취업을 포기하고 했으니까 취업하는 애들보다 잘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것 같아요. 버티면서 생각해보니까 누가 자기의 좋은 시절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노력 하고 시간을 들이는 만큼 엄청 잘되고 부자가 되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을 걸고 투자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냥 힘들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솔직하게 하는 거죠. 자신감도 생겼고요.

(예지) ‘잼있는인생’으로서의 차이는, ‘잼있는인생’의 발랄한 컨텐츠들이 사라진 것 같기는 해요. 너무 돈 버는데 치중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더 초심으로 돌아가서 즐기면서 해보려 해요.

 

– 창업 초기가 더 돈버는 압박을 받지 않나요?

(예지) 창업초기에 돈을 여기저기서 투자를 해줬어요.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누군가 얘기하는 것처럼 돈이 없었는데 선뜻 빌려주고, 다음 스토리몰에서 매달 백만원씩 주며 연재하게 해주고, 돈이 끊긴다 싶으면 뭐가 들어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약속된 기간이 끝나서 모든 지원이 끊어지고 우리만으로 생존해야하는 시기가 오니까, 만들긴 만드는데 지치는 거죠. 그때는 컨텐츠 만들기 보다는 1차원적인 걸 벗어나서 어떤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잼을 버리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 그래도 판매가 잘 되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예지) 단체 주문으로 많이 팔리는 편이에요. 컨텐츠나 이런 걸 올리면 확실히 같이 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고요. 다만 만드는 것 자체에 지치니까 마케팅을 하길 싫어하는 거죠. 하긴 하는데 고생하는 게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3개월 동안 방향과 가능성을 진단해보려요.

 

– 3개월이요?

(예지) 네. 가능성을 좀 진단해보려고요. 앞으로 우리가 조금 더 투자했을 때  다른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겠다 싶으면 지속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잼있는인생 사업자를 폐할 생각은 없고, 제가 집에서 소소하게 굿즈를 만들어 팔려고요. 만약 3개월 후에 인터뷰를 했으면 여기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집으로 초대했을 수도 있어요.

 

– ‘잼있는인생’을 창업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다시 창업할 것 같으세요?

(예지) 아니요. 이건 너무 좋아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힐 정도로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어떤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그게 소름끼치게 잘 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주목을 받았잖아요? 저는 4년 동안 제 이름 대신에 ‘잼있는인생’과 동급화 되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자신감을 주는 일이긴 하지만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하면 선택하긴 쉽지 않죠.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타의적으로 시작이 되어서 했을 뿐이지 내가 스스로 선택하기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땐 이럴 줄 몰랐고 창업할 생각도 없었어요. 자유가 좋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취직을 했을 것 같아요.

 

– 평생직장이 없는 시대이고 여기도 긴 인생을 봤을 때 지나가는 곳 중에 하나겠지만, 첫 창업이시잖아요. ‘잼있는인생’은 예지님의 앞으로의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요?

(예지) 저를 완전히 알게 해주고 짧은 시간에 다양한 분야를 많이 경험시켜준 것 같아요. 어느 조직에 들어가도 직접 해보고 총괄하고 책임지고, 돈이 오가고,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 지 생각하게 해주고, 방향을 정하게 해주진 않잖아요. ‘잼있는인생’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다른걸 하더라도 계속 브랜드를 만들며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잼있는인생’이 이예지인지 이예지가 ‘잼있는인생’인지 호접지몽이었다. ‘이예지=잼있는인생’으로서의 4년이 지나고 있다. 잘 되고 되지 않고의 결과가 아닌 시도에 초점을 맞춰 인생을 엮어가는 그녀의 시도를 응원한다. 얼기설기 엮인 그 사이로 많은 재미들이 지나다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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