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메뚜기, 사마귀, 들쥐, 개구리, 뱀, 부엉이, 사람을 먹이사슬 순서대로 실타래로 연결하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볼 수 있죠. 그런데 부엉이가 사라지면 모양이 이상해지고 연결이 끊기게 돼요. 보통 배우는 피라미드형 생태계 먹이사슬보다 우리가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게 잘 보여요. 우린 다 연결되어 있어요. ‘지구를위한디자인’은 ‘생태적감수성의 회복’, ‘요람에서 요람까지’, ‘다음세대를 향함’ 세 가지 지향의 환경교육 프로그램과 친환경 교구를 개발하고 있다. ‘지구를위한디자인’과 ‘김우진’ 대표는 어떤 시간을 쌓아왔을까?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우진) 저는 그린디자이너이자 지구를위한디자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우진입니다. 

 

  • ‘지구를위한디자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우진) ‘지구를위한디자인’은 그린디자인의 개념을 접목해서 친환경적인 생각을 담은 교구와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교육, 전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대상을 한정짓지는 않는데 분야나 교구의 특성 상 어린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린디자인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 (우진) 디자인하면 제품, 옷처럼 명확하게 만드는게 정해져 있잖아요. 그린디자인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거예요. 모든 분야와 방면, 각자의 활동에 접목이 가능한 개념으로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어떤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만들었는데 만든 후에 폐기되는 과정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책을 만드는 사람이면 애매한 크기로 책을 만들면 자투리로 버려지는 종이가 많잖아요. 색을 많이 쓰면 기계를 돌리는 횟수나 잉크량 분량이 발생하는 양도 많아지고요. 재료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자연으로 돌아갈 모든 과정을 신경쓰고 환경 문제를 줄여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분야 특성 상 디자인을 전공했던 사람들이 그린디자인을 하게 되죠. 

 

  • 그린디자인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 (우진) 학부에서 목공예,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기계실에 가면 가구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가 숲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있어요. 너무 가치있고 재미있고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회의감이 드는 거죠. 환경을 오염시키고, 나무를 너무 많이 베는데 버려지는 것도 너무 많다는 죄책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2008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 참여했는데  주제가 에코디자인이었어요. 그 때 에코디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준비하던 차에 국민대 윤호석 교수님을 알게 되었거든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4년 동안 가구를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과 고민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린디자인이 다시 떠올라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 가구 디자인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던 것, 그런 것을 ‘생태적 감수성’으로 지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기게 되는 걸까요?
    • (우진) ‘생태적 감수성’이라는 것은 갑자기 생기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제 생각에 ‘생태적 감수성’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있어요. 자연이 너무나 경이롭고 위대하고, 우리 자체가 자연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잖아요. 다만 잊고 살 뿐이죠. 제가 하는 일은  워크숍, 강의를 통해 잊고 살던 생태적 감수성을 끌어내 주는 거죠. 실제로 워크숍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70%는 환경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들이지만, 조금 관심이 있다든지 이런 것도 들어보면 좋겠다든지 하는 분들도 30% 되거든요. 제가 워크숍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환경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게 아니라고 이야기 해요.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살고 있고 이 세상이 제공해주는 공기와 물을 마시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미 지구에 빚을 지고 있고, 세상에 환경을 나몰라라하고 살아도 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럼 그 사람이 다른데 가서 이야기 하겠죠? 

 

  • 디자인은 생산을 하는 거잖아요? 환경을 위해서는 생산을 안 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생산을 하는 쪽에 종사하시는 거잖아요. 고민될 것 같아요.
    • (우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엄청 많죠. 제가 교구를 만든다고 했잖아요. 대량생산한 교구가 하나도 없어요. 가면 갈수록 생각이 바뀌는 것은 초심을 잃었다기보다는 제가 가내수공업으로 이 놀이판 하나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전기에너지나 자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제가 직접 만든 거잖아요. 그럼 이 놀이판을 한 개 만들어서 최대 8명이 함께할 수 있어요. 그러면 저 혼자 약간의 친환경적 공임을 들여서 8명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타협해서 여러개를 만들면 80명이 함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너무 고집하는 것보다 파급력을 생각해서 여러, 넓은 범위의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각 중이에요. 

 

  • 교육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 (우진) 대학원을 다니면서 2학기부터 5학기까지 조교를 했어요. 조교를 하면서 그린디자인과 환경 활동에 심취해 있었는데 아무래도 환경 분야가 계몽적인게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어요. 또 개인적으로 저희 가족이 전부 다 이쪽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남 장성에서 숲과문화학교라는 생태적이고, 인문학적인 교육 활동을 하고 계세요. 어떻게 보면 제가 하는 활동들의 씨앗은 부모님에서 시작된 거죠. 밑으로 동생이 두 명 있는데 둘 다 환경 쪽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 교구나 컨텐츠를 만들 때 어떤 과정으로 만드나요?
    • (우진) 처음 아이디어가 생기는, 한계가 있지만, 수업이나 교육의 형태가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걸 고집해요. 또 제가 만드는 교구의 형태가 원형이 될 수 있도록 고집하고 있어요. 우리가 원형으로 앉았을 때 더 많은 사람과 눈을 마주할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더 평등한 느낌을 줄 수 있고. 무형의 프로그램일지라도 수직적이거나 강압적인 건 넣지 않고 있어요.
    • 만든 교육 컨텐츠는 다 연결되어 있어요. 서울 와서는 목공할 수 있는 작업장이 없어서 손작업을 제일 먼저 했었어요. 그리고 그린디자인에 대해 배웠고 놀이로 범위를 넓혔고,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고 기후변화나 핵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고, ‘핫핑크돌핀스’를 알게 되면서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졸업할 때 환경교육을 위한 친환경 교구를 정리했고요. 그런 경험이나 만남, 사회환경적 이슈가 교육 컨텐츠가 되었어요. 

 

  • 여태까지 진행했던 워크숍 중에 가장 재밌었던 워크숍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 (우진) 이런 활동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지속적으로 만나야한다는 거예요. 보통은 시스템의 한계로 일회성 강의일 때가 많은데 제가 4년째 하고 있는 모임이 하나 있어요. 효창공원역 근처에 래미안아파트의 육아 커뮤니티인데요, 은평구에서 커뮤니티 활동하다 이사간 사촌언니가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모여서 제가 워크숍을 진행해요. 처음에는 숲에서 하는 활동을 했는데 아이들이 어리다보니까 매번 숲에 가는게 힘들기도 하고, 너무 오래 만나다 보니까 할게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자연물을 가지고 숲이나 공원에서만 했다면 갈수록 범위를 넓혀서 무생물을 가지고 환경적인 의미를 담은 워크숍을 하기도 해요. 처음 시작했을 땐 기저귀를 차고 기어다니던 아이들이었는데 4~5년 지속되다 보니까 아이들도 많이 자랐고 아이들의 삶에 제가 큰 부분이 되어 있더라고요. 다른 도심에 사는 친구들보다 자연 속에서 어울려 살고 노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껴요. 또 매주 꾸준히 하다보니까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소문이 나요. 우리가 하는 모습이 남들이 봐도 재밌고 흥미로워 보이는 거죠. 그게 힘인 것 같아요. 

 

  • 일을 계속 하는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 (우진) 경제적인게 크긴 한데요. 먹고 사는데 힘들진 않지만 모이는 돈이 아직도 적어요. 고정수입이 없다는 불안함이 있어요. 안정적인 것을 위해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도 매번 고민을 하긴 하는데 그러면 제 것을 많이 잃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고민은 하지만 지금의 형태를 고집하면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디에 적을 둔다는 건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 그러면 다른 디자이너들과 같이 조직을 만들거나 직원을 채용하는 건요?
    • (우진) 고민이 엄청 많죠. 친한 그린디자이너들이 있어요.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명 정도의 그린디자이너 중에 친하게 지내는 10명 내외 정도 돼요. 시각 디자이너, 출판 쪽, 환경 운동가, 패션, 제품 등 본인들의 워크숍 분야가 있어서 지금은 그분들과 기회가 되거나 일의 규모가 클 때 팀을 꾸려서 하다가 헤어지고 있어요. 모였다 해체되는 것도 좋지만 조직을 만들면 더 좋진 않겠냐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잘 되진 않습니다. 조직화가 되었을 때 망치게 될까 걱정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개개인이 활동을 하는 성격이 정말 뚜렷해서 이걸 묶기보다는 이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모였다 흩어지는게 최선이지 않나 생각해요.
    • 직원 채용은 욕심은 있는데 버거워요. 감당을 못하겠다는 건 아닌데요, 같이 하는 사람이 없어서 버거운 것일수도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상태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제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파악을 못하고 있어요. 

 

  •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 (우진) 뭐든지 어떤 형태이든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런걸 아니까 형태가 변하진 않을 것 같아요. 고민이 많지만 물리적인 부분 빼고 지금의 제 삶이 좋고 만족하고 있어요. 만족하면서 나름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나이가 어려보이고 작고 여자니까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제약이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하러 갔는데 어려보이니까 반말을 한다든가 사업 미팅 때 얕잡아 본다든가 하는 거죠. 나이가 들면 해결될까 싶지만 자기만의 것을 가지고 똑부러지게 잘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는게 제 꿈이에요. 비지니스 파트너로 동등하게 마주 보는 거요. 

 

  • 신나에서 활동하면서 같이 해보고 싶은게 있나요?
    • (우진) 조합 안에 분과가 있는데 환경에 관한 분과가 빠져있더라고요. 이 얘길 하면 분과장 하라고 할까봐- 옷장은 심지어 녹색당 대의원인데.. 대단한게 아니라 모여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를 고민하는 티타임이라든가. 

 

학부 전공할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고민이 지금의 ‘지구를위한디자인’을 있게 했다. 많은 고민이 있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익숙한 길을 만들어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큰 숲 같은 ‘지구를위한디자인’에 여러 사람이 다닌 숲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길..!

1 Comment

  1. 환경분과 소모임 매우 좋네요~! 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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