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춘다. 맥주를 만든다. 그 전에는 옷을 만들었다. 그 사이 어디쯤 밴드와 연극이 있다. 아니다. 그 모든 사이에 흰코 본인이 있다. 벗어나다가 포함된다. 여러 우물을 파면 끈기가 없다거나 하나나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사회, 돈을 벌어야 그럴싸한 어른이라 말하는 사회에서 흰코는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 오늘은 춤 안 추셨어요?
    • (흰코) 금요일은 가만히 있는 날이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춤을 춥니다. 토, 일요일에는 맥주를 만듭니다. 

 

  • 맥주는 수요가 있어서 만드시는 건가요? 아님 연습하시는 건가요?

    • (흰코) 복지관에서 교육을 했었는데 숙성되기까지 복지관에서는 관리가 힘드니까 제가 집으로 가져와서 숙성시키고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저 안에 들어있는 맥주는 잘 숙성해서 줘야 할 맥주들이고, 병에 담겨 있는 것들은 이쪽 냉장고에 있어요. 이 좁은 집에 냉장고가 3대가 있어요. 

 

  • 팔기 위해 납품해야 할 맥주는 아니고 돌려줘야 하는 맥주군요.
    • (흰코) 항상 주인이 있는 애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다른 애들은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려고 했던 건데, 재료비가 계속 드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굴 가르칠 만한 교육을 하는 쪽으로 하고 있어요. 만들면서 그 수업을 책임져야 하니까 제가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게 더 있습니다. 그렇게 맥주 만들기를 지속해나갑니다. 

 

  • 전에 맥주 레시피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좋은 레시피를 찾으셨나요?
    • (흰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누리마실 나가려고 왕창 만들었다가 크게 망한 적이 있어요. 맥주는 원래 5~20도 사이에서 숙성 되는데, 일교차가 많이 나면 과발효 돼요. 그때가 딱 그 시기였는데 공간이 없어 상온에서 숙성시키다보니 못쓸 맥주가 되었어요. 멘붕을 많이 겪었어요. 맥주를 접을까.. 주먹구구식으로 만들다보니  챙겨야 할 것들을 많이 못 챙긴 거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벌어먹고 할 정도의 전문성이 없는 것 아닌가, 그냥 취미로 하자는 생각을 하다가 극복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예전엔 소독을 설렁설렁 해도 되겠지 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조금 더 신중히 만들게 된거죠. 그리고 심화 과정 수업을 듣기도 해요. 

 

  • 시간이나 마음, 경제적으로 손실이 많았겠어요.
    • (흰코) 돈을 잃는건 괜찮은데 그런거죠. 많이 만들었으니까 그냥 주려는 사람도 있었고 누리마실에 오라고 초대했던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 야심차게 했는데. 면목이 없어진 게 제일 큰 거죠. 행사 주최측과도 그렇고. 거기를 성북신나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여럿에 면목이 없게 된 거죠. 

 

  • 맥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 (흰코) 대학 전공은 의류학입니다. 대구에서 서울에 오게된게 취업을 동대문 어디에 해서 온거였어요. 그런데 섬유패션봉제 쪽이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 안 하는 환경이다보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만두고 자체 갭이어를 한 거죠. 춤도 배워보고 연기도 할 수 있으면 해 보고. 망하면 망하지뭐 하는 생각으로. 대구에서부터 알던 같이 락페 다니던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밴드를 하거든요. 같이 밴드도 하다가 맥주를 만들게 된 건 그거였죠. 맨날 친구들이랑 모이면 춤추고 연극하고 밴드하고 하는 친구들이라 싼 맥주에 싼 안주 먹고 그러거든요. 우리도 근사한 걸 좀 먹어야 하지 않을까? 맥주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래서 조금씩 만들었던 거죠. 근데 지금은 약간 다르게 된게, 제가 어떤 완성된 형태는 아니고 성취도 전혀 없는데, 움직임극 이런 쪽을 생각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연극이고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고 그리고 움직임이 있는 그런 극을 하는 배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는데 이것만으로는 좋아는 하고 견디면서 지내겠지만 생계가 해결되리라는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예술만 해서 먹고 살겠다는 자신감이. 그래서 지금 맥주 공방을 준비하고 있어요. 세가 비싸서 수유 쪽에 알아보려고 하는데, 이 집도 빼고 아예 작업실에서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공방을 하나 차려가지고 교육도 하면서 집에서 맥주 만들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와서 맥주 만들 수 있는 연습실 같은 개념으로 운영을 하려고요. 그런데가 서울 두 군데 정도는 있거든요.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하는 만큼 버는 것 같아요. 맥주를 계속 배우면 재밌는 점도 있고 해서 사이드잡으로 두고 이제 움직임극 배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 처음에 맥주 만들어서 팔아봐야겠다 했을 때 같이 있던 친구들이 있었잖아요? 혼자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흰코) 처음에 만들 땐 만드는 족족 맛있게 잘 나왔어요. 중간에 한번 부침을 겪어서 그런데. 나도 내가 신기하니까.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술 먹고 그랬었는데 그때 어떤 형님이 자기 작업실 반을 내어줄 테니 맥주를 만들어라 그래서 만들까 하다가 좀 잘 안되었어요. 얘기가. 자격지심같은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이렇게 봐주고 있는, 도와주고 있는 동생이야 이렇게 사람들한테 소개하면서 항상 갈 때마다 나는 맥주를 들고 가야하고. 뭔가 그 공간으로 약간 볼모를 잡힌 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뜻이었겠죠. 애가 이쁘니까 그냥 내 친구들, 내 사람들한테 소개해주고 싶다는 좋은 뜻일 수 있는데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게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하고는 사업을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다고 했던 친구는 있었는데 와서 그냥 가르쳐 줄테니까 같이 하는 건 상관 없는데 이걸로 사업을 하는건 아직 확실한 사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적 수입이 나는 것도 아니고 사업자를 낸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안 될 것 같다. 지금은 혼자서 분투하고 아직은 혼자 해봐야겠다 그랬죠. 

 

  •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가요?
    • (흰코) 크면 좋지만 제가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봤을 때 최소로 2-30평 정도 보고 있어요.  집이 10평인데, 집에서 하려면 모든 집기를 다 옮기고 이사를 한번씩 가는 거예요. 두 배 이상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하진 않아요. 보통 좋은 목에서 공방을 하는 기존 공방들은 70평 이상 쓰니까. 그런데들은 이제 이미 어떤 자리를 잡아서 최소한 세를 다달이 낼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그런 분들이긴 하죠. 

 

  • 맥주 공방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 (흰코) 물을 끌어오고 빼낼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으면 좋습니다. 욕실이라도. 또 하나는 화구. 물을 끓이고 식히고 반복해야 하니까 화구가 있어야 하고, 이제 끓이고 식히는데 당연히 다섯시간 가까이 하니까 습기나 냄새가 안에 차 있으면 힘들 수도 있어서 환기가 되는 곳이면 좋죠. 맥주를 숙성시키려면 햇빛은 하등 필요가 없고 오히려 피해야 해요. 지하처럼 하루종일 깜깜한 곳이면 더 좋죠. 근데 지하에는 그런게 있어요. 하수도관보다 더 낮으면 배수를 못하는 거예요. 근데 나는 배수를 많이 해야 한단 말이에요. 생활 하수 이 정도는 펌프로 뽑아내는데 저는 펌프로 될 사이즈가 아닌거예요. 그러면 역류하고, 역류하면 난리나는거죠. 먹는 음식 만드는 곳인데. 그런 곳들 고려하면서 제외하다보면 딱 맞는 곳은 없는데 나중에 점점 눈이 낮아지면은 거기라도 할걸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 언제쯤 할 예정인가요?
    • (흰코) 아직 여기다 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해서요. 전세는 거의 없고 월세가 간혹 싼 게 있고 아니면 매매를 보려고 하는데 부모님께서 1억에서 2억 초반까지 한번 보기나 봐보라고 하시는데. 수유 쪽에 알아본 곳은 싼 곳이 있긴 한데 뭔가 하자가 하나씩 있어요.  

 

  • 안 되는 건지 되는 건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라도 확 저질러 보는게 필요한 것 같은데.
    • (흰코) 망해 봐야 자기 사이즈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 않고 그냥 언젠가는 하는 식으로 있으면 내가 더 큰 크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실제 자기 크기를 시험해 봐야 자기 크기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부끄러움과 망함을 반복해 오면서 그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나의 부피. 

 

솔직하고 씩씩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춤 이야기도 밴드와 연극 이야기도 싣지 못했는데 지면이 끝났다. 그래- 다음 뉴스레터에도 흰코의 이야기를 실어야겠다. 흰코의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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