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는 흰코의 맥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 이번엔 맥주와 춤, 극, 흰코 자신을 본인만의 완성도와 속도로 쌓아올리는 이야기로 더 농도 짙은 시간이었다.

   

  • 지금 움직임극을 혼자 구상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같이 하는 동료들이 있나요?

(흰코) 혼자서 구상을 하는거고 동료는 아직 없어요. 춤추는 사람은 있고 연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작품을 만들어볼래? 하고 시작한 건 아니고 친구들만 있죠. 움직임극이라는 장르를 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에 있어요.

 

  • 춤 연습을 하실 때 종일 연습실에 계세요?

(흰코) 아니요. 약간 심봉사가 심청이 키우듯이, 젖동냥 하듯이. 그런 식으로 코스가 있어요. 여기 가서 요가하고 여기 가서 현대무용 배우고, 여기 가서 아크로바틱 배우고 하는 식으로 하는 거죠. 입시 학원 다니면서 입시 준비하는 그런 느낌?

 

  • 배워서 참여하든지 만들든지 공연을 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얼마 뒤로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흰코) 지금 할 수 있는 걸 누가 자리를 내 주겠다 하면 지금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뭐 공모를 따든지 아니면 그 공간 자체에서 나를 알아서 해 보지 않겠냐고 하든지가 아니면 방법이 요원해요. 대관해서 직접 할 수는 없으니까.

 

  • 지금 기성 극단에 들어가 계신건 아니죠?

(흰코) 아니죠. 프리랜서 그런 느낌인데 어떻게 보면 배우라고도 할 수 없고 배우 지망생? 쓸 수 있는 한 줄 경력 없이 공부만 하고 있으니까요. 집에서 연기책 읽는다고 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능력치인지, 쌓이는 건지, 날아가는 건지 아직 알 수 없고. 근데 작은 역할들로 참가는 하고 있어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일단은 사람들을 알아야 그 바닥에서 비빌 수 있으니까. 연기가 아닌 오퍼를 본다든지. 이미 경력 있는 분들도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극단에 들어가게 되면 꾸준히 가서 연습에 참가해야 하고 직장생활 하는 것처럼 그런게 있는데요, 그럼 저는 맥주도 하고 연기도 해야 하는데 둘 중 하나를 포기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건 안될 것 같고 그래서. 반대로 맥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있고요. 극단을 들어갈 순 없고, 이제 시간이 날 때 와서 일할 수 있냐고 하면 가서 일하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 맥주도 그렇지만 극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흰코) 제가 원래는 몸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작업은 뭔가 많이 움직이면서 하는 작업을 좋아했는데 컴퓨터 앞에서 깔짝깔짝 하는 건 싫어하고요. 근데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몸이 완전히 되게 안 좋은 상태였어요. 춤을 추고 하면서 내 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춤을 좀 빡세게 출 때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꼭 댄서를 할거야. 하지만 30살이 넘었으니까 커리어를 쌓긴 힘들겠지.’ 했는데 연기를 같이 한다고 하면 연기도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극도 극이지만 몸을 쓰고 싶은 것? 움직임-몸을 쓰는 걸 하고 싶다는게 정확할 것 같아요.

 

  • 춤은 어떻게 추게 되었나요?

(흰코) 직장 그만두고 노는 기간에 원래 같이 옷 만들고 하던 친구가 안은미컴퍼니에서 일반인 워크숍에 참가해보지 않겠냐고 한 적이 있는데 거기 제가 4번 참여했거든요. 그게 몇 주 정도 일주일에 2시간씩 서너번 와서 기초적인 무용 테크닉, 술래잡기 비슷한 거 하고 공연에 올라가요. 올라가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1분 59초동안 하는 거예요. 가만히 서있어도 되고 노래를 해도 되고, 그 시간을 채우면 되는 거예요. 그때 제가 생각했던게 이야기가 있는 움직임이었거든요. 네 번 다 다른 이야기가 있는 움직임. 유투브 찾아보고 하니까 그걸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제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 몸이 하고 싶었던게 그거였는데 세상에 있다면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거라고 이름을 지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움직임극 그렇게 된 거에요.

 

  • 그런데 연극이 최종적인 목표이고 맥주는 부수적인 거 아니었나요?

(흰코) 둘 다 하고 싶습니다. 근데 그런 얘기는 많이 하더라고요. 어느 기점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더 많이 하고 있는게 있을 거라고요. 미리부터 정하는 건 사실 없어요. 옛날에 올림픽에 나온 장대높이뛰기 스웨덴 선수가 건축가를 하고 있대요. 둘 다 할 수 있는 거죠.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는 곳이 있고, 한국은 없죠. 둘 중 하나만 해라 하죠.

 

  • 흥미롭네요. 거기에 밴드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흰코) 밴드는 들어가고 안들어가고 보다는 네 명의 나머지 멤버들은 ‘써칭포서울드러머’라는 밴드를 어떻게 정의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의하는 밴드는 에너지로 보여주는 밴드입니다. 가창력이나 연주력보다는 우리 살아있다는 꾸밈없는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관객으로 얘들 공연하는데 가서 뛰어다니고, 춤 추고, 노래 따라 부르고 했었어요. 근데 무대 위에 올라와서 춤추라고 그러는거예요. 무대 위에 올라가서 춤추는데 드럼 기타 베이스 이렇게 있는데 기타 베이스 둘 다 노래를 불러요. 그래서 사실 노래를 더 부를 자리가 없는데 나도 그냥 들어가서 불러요. 그냥 즐거우려고 하는 거예요. 제가 악기를 잘 다루는 것도 아니고요.

 

  • 이 질문을 인터뷰할 때 제일 먼저 했었어야 하는데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흰코) 저는 한량이 꿈이고요. 어떤 사람? 그러면 씩씩한 사람. 그런 걸 방향으로 삼고 있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에 굉장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것도 안 될까봐 움직여요. 잘 안 움직이던 사람들은 한 번 움직였을 때 제대로 많이 움직이거든요. 장도 보고, 은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전 그런 타입의 인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장사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저는 사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든다던가 항상 출근해야 한다든가 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열고 싶을 때 열고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공방이면 공방, 공연이면 공연. 그런 식으로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싶고요.

(흰코) 또 뭐가 있을까. 30살이고 군대 다녀왔고 대구에 살았고. 연애를 9년 했어요. 21살부터. 그래서 거의 결혼을 한 번 했던 것 같아요. 애가 없어서 그렇지. 그 연애는 잘 안 되었고요. 그 분은 결혼 하셨고요. 저랑 헤어지고 한 달 지나서 바로 해버리시더라고요. 대구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게 9년을 대구 안에서 데이트하고 했으니 어디를 가도 그 사람하고 추억이 있잖아요. 물론 서울에 오고 나서도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받는게 있지만, 대구에 있을 수 없었던 것 때문에 서울에 온 것도 있죠. 춤추는 거 좋아하고요. 예전에 썼던 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나는 웃고 있지만 웃고 싶어서 웃는게 아니고 무표정한 내 얼굴이 싫기 때문에 웃는 거다. 그게 제가 거울 볼 때 하는 생각입니다.

 

  • 씩씩하다는 건 넘어져도 금방 일어난다는 건가요 아님 굴하지 않고 견딘다는 건가요?

(흰코) 저는 전에도 잡다한 일을 했어요. 보통은 잘 안되었고요. 그림을 그려볼까 시를 써볼까 그랬었는데 그만큼 더 열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하고 있지 않겠죠. 누가 내가 쓴 시나 그린 그림을 보고 잘 썼다거나 잘 그렸다고 해 주지도 않고, 이거 한 번 해봐라 해서 하게 된 것도 아니고. 맥주도 그렇고 노래나 춤도 그렇고. 지금 춤을 선생님한테 보여드리면 약간 자격지심일 수 있는데 네가 하고싶다고 하니까 해봐. 그런 느낌? 근데 진짜 잘 하는 애들한테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을 하거든요. 그런 칭찬을 춤추면서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그냥 춤을 출거야. 부모님도 대구 분이시고 이해를 잘 못하시는데 예술하면 굶어 죽는 그런건 줄 알고. 어른이 된다고 하는 건 결혼을 해야 하는거고 하는 사고방식?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인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의미의 씩씩함. 인정이나 지지나 판단 평가 단죄까지 전부 다 필요하지 않다. 할 거고, 망하면 폐 끼치지 않고 망하겠다. 보통 그런 쓸모없는 짓이나 망할 짓 그런게 혁명이랑 비슷하잖아요.

 

  • 별명은 왜 흰코로 했어요?

(흰코) 흰 코끼린데 그게 미국에서 쓰는 숙어로 제가 만약에 람보르기니를 선물했어요. 그럼 파실 수 없잖아요. 근데 유지하기가 너무 부담이 되는거예요. 근데 가만히 두는 것만으로도 흰 코끼리가 똥을 싸고 밥을 먹고 이런 거를 하는게 부담이 되는 거예요. 나는 부모님께 흰 코끼리 같은 존재 아닐까 생각했어요. 흰 코끼리는 숲속에서 눈에 띄어서 인간의 공격을 받는다 이런 얘기도 있고요.

 

  • 현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 거예요? 동물로 치자면.

(흰코) 그냥 보통 코끼리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작아질 순 없을 것 같고. 자아의 크기가 쉽게 줄어들 것 같진 않지만 너무 눈에 띄니까. 그건 살아가는 데에 민폐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는 자기 주장이 강했어요. 지금도 그걸 많이 못 버리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상대를 그만큼 들을 수 없는 거잖아요. 내가 떠드는 시간동안. 그러면 나는 내가 살아서 내가 아는 이야기 하는 건데 이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게 별로 없는 거죠. 같이 있는데도. 같이 있었으면서 자기가 떠들고 싶은 것만 떠드느라 관심 없었으니까. 그런건 안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가 끝나고 2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흰코는 ‘피스키스 피지컬 시어터’ 극단에 들어가 대본도 쓰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글을 쓰고 몸을 움직이고 하던 경험들이 조각을 맞춰간다. 맥주 공방에 놀러갈 날을 기대하며 흰코의 씩씩함을 응원한다. 흰코의 씩씩함 안팎으로 다른 이들의 주저함이 용기를 얻어 드나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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